서론
수술중신경계감시는 신경생리검사를 이용하여 수술 중 신경계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검사로, 척추 수술에서는 운동유발전위(motor evoked potentials, MEP), 체성감각유발전위(somatosensory evoked potentials, SEP) 및 자발근전도(free-running EMG, fEMG) 등이 주로 사용된다[1].
수술중신경계감시 임상진료지침 2020 개정안에 따르면, 수술중신경계감시는 마취가 시작되어 환자에게 전극을 설치한 직후부터 수술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1]. SEP의 경우, 근이완제의 영향을 받지 않아, 설치가 완료된 직후부터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파형을 얻고 있다. 반면, MEP의 경우, 기관삽관(intubation) 시 속효성으로 사용하는 근이완제인 rocuronium bromide가 신경근접합부(neuromuscular junction)의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경쟁적 길항제로 작용하는 약 30–40분 동안은 파형이 거의 얻어지지 않거나, 작게 얻어지기 때문에, 이 시간 동안은 정확한 기저파형(baseline wave)을 얻을 수 없어 MEP 파형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기간에는 주로 환자의 수술 부위를 소독하거나, 수술포를 준비하거나, 피부와 근육을 절개하는 시술이 행해지므로, 수술의도 검사의도 중요한 시술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검사를 게을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기간은 환자의 자세 이상이나 수술 준비 이상에서 오는 각종 문제들을 점검하고, 기저파형이 유효하게 얻어지는지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으로,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본 증례는 피부 절개 전에 시행한 수술중신경계감시에서 이상 소견을 확인하여 신경학적 악화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한 경우로,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본 29세 남성은 생후 6개월경 동맥관 개존증으로 수술적 치료받은 것 외에 다른 특이 과거력 없던 분으로 내원 2년 전인 2018년경부터 경추부 불편감 및 간헐적인 손 저림 증세를 주소로 타 병원에서 물리치료, 견인치료 및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받으며 경과 관찰하였으며, 내원 2달 전부터 특이 수상력 없이 상기 증상이 악화되었다. 타 병원에서 시행한 경추부 자기공명영상 검사 상 경추 5, 6번 위치의 추간판 탈출증 및 동일 위치의 척수병증 소견이 확인되어(Fig. 1-A, Fig. 1-B) 본원 정형외과에 수술적 치료를 위해 내원하였다. 본원 내원 당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 상, 양측 상지 및 하지의 근력 저하나 감각 저하 소견은 없었으나, 환자는 양측 팔과 손에 저린 증상을 호소하였다. 자기공명영상에서 척수의 압박이 심하고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어,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고 추가적인 신경손상을 예방하고자 수술적 치료를 계획하였다. 수술 전 추가적으로 시행한 경추부 컴퓨터단층촬영 검사 상, 경추 5, 6번 위치에 석회화가 동반된 추간판 탈출증 확인되었고(Fig. 1-C, Fig. 1-D), 경추부 다이나모그램(C-spine dynamogram) 상, Cobb’s angle은 완전 굴곡 시 20.4°, 완전 신전 시 15.1°, 시상면 관절가동범위가 5.3°로 심하게 제한되어 있었다(Fig. 2).


수술은 1차적으로 경추 5, 6번 후궁성형술을 진행하고, 이틀 후 2차 수술로 전방 경추 추간판 제거술 및 유합술 진행하기로 하였다. 1차 수술 시 집도의의 의뢰로, 수술중신경계감시를 시행하였으며, MEP, SEP와 fEMG를 지속 감시하였다. MEP는 양측 대뇌 운동범위 피질을 C1-C2 몽타쥬에서 300–400 V 강도로 0.05 msec 동안 3.0 msec 간격으로 자극하여 양측 삼각근(deltoid), 단무지외전근(abductor pollicis brevis, APB)에서 기록하였다. SEP는 양측 손목의 정중 신경을 12–15 mA의 강도로 0.3 msec 동안 4.7 Hz의 주기로 자극하고 C3’-C4’ 몽타쥬로 기록하였다. MEP는 기저파형 대비 50% 이상의 진폭 감소가 있을 경우, SEP는 기저파형 대비 50% 이상의 진폭 감소 혹은 10% 이상의 잠시(latency) 증가가 있을 경우를 경고기준(alarm criteria)으로 사용하였다. 양측 삼각근과 단무지외전근에서 fEMG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였다. 마취는 총정맥마취(total intravenous anesthesia)로 진행되었다.
설정 직후 양측 정중 신경에서 안정적인 SEP 파형이 획득되었으며, 수술 전체 기간 동안 진폭과 N20 잠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Fig. 3-A). MEP의 경우, 설정 후 첫 자극에서 양측 삼각근 및 좌측 단무지외전근에서는 파형이 관찰되었으나, 우측 단무지외전근에서는 파형이 관찰되지 않아, 수술의에게 이를 보고하였다. 환자는 수술 전 기초 검사로써 전기진단학적검사를 시행하지는 못하였으나, 양측 팔의 근력 저하가 없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수술 전 우측 단무지외전근의 파형만 획득되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인 소견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수술실 입실 후의 신경학적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임을 수술의와 신속하게 논의한 후, 전극 설정 및 장비, 환자의 자세 등을 재점검하였다. 수술의의 확인을 통해 환자의 경추가 복와위 자세에서 과도하게 굴곡된 상태로 위치한 것이 발견되어, 즉시 환자의 목을 조심스럽게 중립 자세(neutral position)로 조정 후 피부 및 근 절개를 시작하였다. 수술 자세 조정 후 23분 정도 지난 시점부터(13:44:55) 우측 단무지외전근의 MEP 파형이 관찰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경추 5, 6번의 후궁절제술을 시행하면서 파형의 진폭이 증가하였다(Fig. 3-B). 이후 파형의 크기가 감소하였으나, 수술부위 봉합 시에도 우측 단무지외전근에서 MEP 파형이 관찰되었으며, 나머지 근육에서의 MEP는 기저파형 대비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양측 상지의 fEMG에서는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수술 후,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 의식 명료한 상태에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 상, 상·하지의 근력 저하 소견은 없었다. 수술 전 후 Japanese Orthopedic Association score(JOA score)를 비교하였을 때, 수술 전 평가 시 양측 팔과 손의 감각 일부 저하 외에 다른 이상 소견 없어 감각 항목에서 3점 만점에 2점, 총점 17점 만점에 16점으로 평가되었으며, 수술 후 1개월, 3개월째 평가 시 추가적인 신경학적 손상 없이 감각 저하 증상 회복 확인되어 JOA score는 모두 총점 17점으로 확인되었다.
고찰
과거에도 본 증례와 유사하게 경추 수술 시 수술중신경계감시를 통해 목의 자세 이상을 확인하여 수술 중 신경계 손상을 예방한 경우가 보고된 바 있었다[2–4].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 골절 등으로 척수가 눌리는 상태에서 목이 과도하게 굴곡되거나 신전 된 자세를 취하게 될 경우 척수병증을 유발하거나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에, 척추 수술 시 수술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증례는 초기 환자 위치 시, 과도하게 굴곡된 경추부 자세 이상을 수술중신경계감시를 통해 확인하여 환자의 신경계 손상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경우로, 수술의 첫 과정인 피부 절개가 시작되기 전에도 MEP 파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술중신경계감시는 척추의 자세 이상 외에도, 사지의 자세 이상, 환자의 혈역학적 상태 변화, 체온, 마취 상태 등 여러 외부 요인들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5]. 이러한 외부 요인에 대한 영향을 조기에 점검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다중 평가(multimodal evaluation)가 중요하다. 본 증례에서, MEP 파형 획득에 앞서 환자의 양측 정중 신경 SEP 파형이 정상적으로 획득되었으며 기저파형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던 점은, 환자에게 심각한 혈역학적 변화는 없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파형 이상이 감지되면, 혈역학적 변화에 대해 마취의와 긴밀하게 소통하여야 하며, 수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혈역학적 변화가 발생한 경우, 마취의가 먼저 상황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MEP 파형이 양측에서 소실된 것이 아니라, 편측에서 소실된 점은 전신적 요소(systemic factor)에 의한 영향일 가능성을 배제하게 한다. 더불어, 우측 삼각근에서는 정상적으로 MEP 파형이 획득되었으며 좌측 삼각근의 MEP 파형과 비슷한 수준의 진폭 수준을 보였으나, 우측 단무지외전근에서는 좌측과 달리 MEP 파형이 획득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좌측 경두개 자극의 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우측 단무지외전근에 삽입된 기록 전극이 잘 위치해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장비에서의 임피던스도 정상으로 확인된 점을 고려할 때, 장치의 문제가 아닌, 신경학적 이상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환자의 팔은 차렷 자세로 몸통에 붙여 천으로 고정한 상태였으므로, 상완신경총 손상 등의 말초신경 병변을 의심할 근거는 불충분하였다. 따라서, 본 환자의 MEP 파형 이상은 척수신경의 지엽적(topographical) 손상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어 수술의와 신속하게 논의하였다. 만약, 우측 단무지외전근의 파형이 획득되지 않는 것 자체를 기저파형이라고 간주하고 수술을 계속 진행하였다면, 수술 프로세스와 무관하게, 수술 중 지속된 자세 이상으로 인해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수술의 주요 과정이 진행되기에 앞서서 환자의 전기생리학적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환자의 자세 이상으로부터 오는 신경학적 손상을 조기에 발견하여 교정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증례에서는 MEP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었으나 SEP에서는 정상 소견이 관찰되었다. 과거 연구들을 살펴보면, MEP가 SEP보다 척수 손상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다는 연구들이 대부분이다[6,7]. 본 증례의 경우, 환자의 목이 과도하게 굴곡되면서 추간판의 후방 돌출이 증가되면서 후방 척수보다는 전방 척수가 먼저 압박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MEP는 겉질척수로(corticospinal tract)를 따라, SEP는 뒤기둥(posterior column tract)을 따라 신호가 전달되는데, 해부학적 구조상 겉질척수로가 뒤기둥에 비해 척수 전방에 위치하기 때문에 추간판 돌출에 의해 겉질척수로가 먼저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MEP에서 SEP보다 먼저 이상 소견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수술중신경계감시의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수술 전에 검사실에서 유발전위검사와 더불어 말초신경의 신경전도검사를 시행하여 수술실에서의 기저파형과 비교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본 증례의 경우 부득이하게 수술 전 전기진단학적검사를 시행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경우에도, 수술중신경계감시를 시행하는 전문가들은 수술 전 환자의 신경학적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검사 중 발견되는 소견이 검사 상의 오류인지 환자의 신경학적 이상일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즉, 수술중신경계감시의 검사 계획과 상황에 따른 섬세하고 신속한 해석을 위해서는 수술 전 환자의 신경학적 검사 결과, 영상 검사 결과를 파악하고, 가능한 한 전기진단학적검사를 미리 시행하여 환자에 대한 기초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본 증례는 수술중신경계감시를 통해 주요 수술 단계 전 환자 자세 이상을 확인하고 이를 교정하여 신경계 손상을 예방한 증례이다. 수술중신경계감시는 수술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신경학적 악화를 방지하는 데 주로 사용되어 왔으나, 본 증례에서처럼 수술실에서 주요 단계가 시행되기 전의 환자 상태 파악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중신경계감시는 환자가 수술방에 입실하여 설정이 완료된 직후부터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겠다. 특히 환자의 수술 자세 세팅이나 수술 중 자세 변동에 따라 신경의 전기생리학적 상태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세 변경 전후에 유발전위의 파형 변화가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이 과정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수술의 및 마취의와 신속하게 논의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